발해 부흥 운동: 왕국의 재건을 위해 싸운 발해 유민의 투쟁사

발해

1. 개요

925년 12월부터 시작된 거란의 공격으로 발해는 한 달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이후 발해의 옛 땅에는 거란이 세운 괴뢰국 동란국이 세워졌지만, 발해 유민들의 저항은 결코 약화되지 않았습니다. 발해 유민의 부흥 운동은 927년 안변부, 막힐부, 정리부, 장령부 일대의 항쟁으로 시작되어, 후발해국과 정안국 등의 국가가 세워지며 10세기 전반에 걸쳐 전개되었습니다. 이후에도 1029년에는 발해 유민 대원립이 흥요국을 건국하였지만, 이듬해 멸망하였고, 1116년 고영창이 대발해국을 세우고 또다시 멸망하는 등의 역사가 반복되었습니다. 발해 유민들은 거란의 지배에 끈질기게 저항하며 부흥 운동을 이어나갔습니다.

 

2. 발해의 멸망

10세기에 들어서면서 동아시아는 혼란의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당의 멸망과 5대 10국의 혼란기가 이어졌으며, 한반도에서는 신라의 쇠퇴로 후삼국 시대가 열렸습니다. 발해 역시 선왕 시대 이후로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때, 동아시아의 유목 민족인 거란족이 야율아보기의 지휘 아래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하였습니다. 거란은 911년 해와 습을 정복한 후, 발해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925년에는 전쟁의 형세가 거란 쪽으로 급속히 기울어지며 발해는 패퇴하게 되었습니다.

925년 12월 21일, 거란의 지도자 야율아보기는 발해에 대한 대공세를 시작했습니다. 발해의 부여부는 기습적으로 공격당해 3일 만에 함락되었습니다. 발해 중앙에서는 3만의 병력을 급파했지만, 거란군의 기세에 무너졌습니다. 결국 926년 1월 14일, 발해는 정식으로 거란에 항복하게 되었고, 해동성국으로서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3. 저항을 시작한 발해 유민, 발해를 재건하다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은 발해 지역에 동란국을 세우고, 야율배를 황제에 앉혔습니다. 한편, 고려로 망명한 발해 왕실의 태자 대광현과 많은 발해 유민들이 새로운 거처를 찾아 떠났습니다. 그러나 발해 유민들은 옛 땅에 남아 있는 유민들이 끈질기게 저항을 이어갔습니다.

927년, 발해 유민들은 안변부, 막힐부, 정리부, 남해부 등지에서 저항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장령부의 항쟁은 6개월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거란은 발해 유민들을 요동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동란국의 거점도 이동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발해 유민의 부흥 운동을 촉진시켰습니다. 929년 발해 유민들은 후발해를 세우게 되며, 고정사가 후당에 사신으로 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후발해는 931년과 932년에 후당에 사신을 파견하여 조공을 바쳤습니다. 935년 남해부 도독이 후당으로 가서 벼슬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후발해와 중원 국가의 교섭은 954년 이후로 더 이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후발해의 중심지는 옛 발해 왕도가 있었던 홀한성으로 추정되며, 왕실은 처음에는 대씨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대씨 정권은 올야 출신의 오씨에게 권력을 빼앗겼습니다. 이러한 권력 교체는 발해 왕족 대광현의 고려 망명 시기와 일치할 가능성이 큽니다. 오씨 발해는 975년 발해 유민 출신 장수 연파와 함께 발해의 옛 땅을 탈환하기 위한 작전을 전개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정안국과의 관계를 통해 거란에 저항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오씨 발해는 대략 1003년경 거란의 공격으로 붕괴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4. 압록강 유역의 또 다른 발해국, 정안국

후발해가 건국된 후 압록강 유역에서는 발해 유민 열씨 일족에 의해 정안국이 세워졌습니다. 정안국의 건국 시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며, 연구자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정안국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시점은 970년으로, 정안국왕 열만화가 송에 사신을 보내면서 발해 세력의 동향을 알렸습니다.

이후 정안국의 왕실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981년에는 왕의 이름이 오현명으로 바뀌었으며, 이는 왕실이 열씨에서 오씨로 교체되었음을 나타냅니다. 정안국은 요에 대항해 송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독자적인 국가 체제를 갖추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요의 동쪽 확장으로 인해 정안국은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983년 10월, 요의 침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요의 첫 침공은 무위로 돌아간 듯 보였지만, 985년에 이루어진 대규모 침공에서는 정안국이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정안국 멸망 후, 요는 압록강 유역을 직접 지배하게 되었고, 발해 유민의 부흥 운동은 실질적으로 끝나게 되었습니다.

 

5. 끊임없이 일어나고 쓰러지는 발해인들

정안국의 멸망 이후 발해인의 부흥 운동은 잠잠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1029년 발해 유민 대연림이 흥요국을 세우며 다시금 부흥 운동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그러나 흥요국은 내부 분열로 인해 불안정한 상황이었고, 결국 이듬해인 1030년에 멸망하게 됩니다.

이후 1115년과 1116년에 걸쳐 발해 유민 고욕과 고영창이 요에 대항하여 거병하였습니다. 고욕은 요주에서 반란을 일으켰지만, 사로잡혀 실패하였습니다. 고영창은 대발해국을 세우고 왕에 즉위하였으나, 요의 군대에 패하여 멸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에서 발해 유민들은 끊임없이 저항하며 그들의 정체성을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결론

발해 부흥 운동은 단순히 한 왕국의 재건을 넘어, 고난 속에서도 지속적인 저항과 투쟁을 통해 민족 정체성을 지켜온 발해 유민들의 끈질긴 의지를 상징합니다. 발해 유민들의 역사적 저항은 그들이 고난 속에서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했던 문화와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투쟁은 이후 후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에도 그 정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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